지역 소멸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산업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총 9개의 지역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나타났으며, 소멸우려 지역 또한 무려 50곳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에는 수도권 지역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지역 소멸 위기가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청년 인구의 유출이다. 2-30대 청년 인구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발전을 이끌어나갈 핵심 인구층이다. 우리 지역 역시 모든 권역에서 2-30대 인구가 급격히 줄고 있으며, 그나마 젊은 도시로 평가 받던 세종시 역시 지난해 6월부터 청년층이 감소해 10만 명 선이 무너진 9만 9000여 명만이 정주하고 있을 따름이다. 청년 인구의 감소는 곧 지역의 성장동력을 잃는 것과 같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에서는 청년 인구를 지역에 정주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충남의 경우 청년문화특화거리인 '안서동 대학로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청년정책과 관련된 위원회에서 청년 위촉을 의무화하거나 청년 참여기구를 운영하는 등 청년이 살고 싶은 충남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전시는 동구와 중구, 대덕구 등 3개 자치구별로 기금 확보를 통해 정주 인구의 안정과 관광 인프라 조성, 생활 여건 개선 및 문화·경제활동 확충을 시도하고 있으며, 세종시 역시 1단계 세종중앙공원과 국립세종수목원을 개장하는 등 정주 여건 개선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 지역의 청년인구 유출은 여전하기만 하다.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청년들이 살고 싶어하는 지역이란 어떤 곳일까. 우선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이유도 결국은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 환경의 질도 중요하다. 사람들은 안전한 환경에서 놀이와 문화 등 충분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된 지역에 매력을 느낀다. 이외에도 교육과 복지를 위한 학교, 대학, 아동센터, 병원 등의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와 같이 청년들이 매력적으로 느끼는 지역의 요소들은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갖추어 나갈 수 있다. 지역 활성화에 있어 대학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대학의 주요 기능은 교육과 연구, 사회공헌이다. 대학은 지역 활성화와 발전을 이끌 젊은 인재를 육성하는 것은 물론, 연구성과를 지역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공연과 연주회, 전시회는 부족한 문화 활동을 제공하는 방안이 되고, 대학 병원의 운영 및 다양한 사회봉사를 통해 기본적인 주민 복지를 보장할 수도 있다.
이러한 대학의 역할은 지역과 연계되었을 때 더욱 효과적이며, 대학과 지역이 서로 상생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지역 내 취·창업 지원을 위한 타운을 조성하여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바로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돕거나, 테스트베드(test bed)로서 대학의 연구성과를 현장에 적용해 볼 기회의 제공을 통해 더욱 양질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역 소재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주거 마련이나 자녀 교육을 지원하는 제도는 졸업생의 지역 정주 효과는 물론, 타지역에서도 해당 지역의 대학을 진학하게끔 하는 매력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유휴공간을 제공하여 청년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이나 창업 공간을 만들어내는 일명 '청년마을'과 같은 연계도 가능하다.
운동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근육은 코어 근육이다. 코어 근육이 튼튼해야 여타 근육을 안전하게 강화하는 것이 가능하며, 다양한 운동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다. 지역으로 따지면 2-30대 청년 인구는 코어 근육과 같다. 모든 운동의 기본이 코어 근육의 단련인 것처럼, 지역의 활성화와 재생의 기본은 청년 인구의 정주와 증가다. 청년들이 정말로 살고 싶어하는 지역이 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집필: 김정겸(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2023-03-08
출처: 대전일보 http://www.daej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051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