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교권(敎權)은 한자 뜻 그대로 교사로서 지니는 권리를 의미한다. 교육계의 오래된 이슈 중 하나인 교권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요즘, 우리가 흔히 교권침해라고 부르는 대부분은 교사의 인권 및 기본권과 관련돼 있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교사 본연의 역할이자 권한인 학생의 학습권 보장과 가르칠 수 있는 권리이다. 교사가 오로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또한 교권을 지키는 중요한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교권과 관련된 논의에서는 잘 다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교사들이 휴직 및 퇴직을 생각하는 이유의 1위로 '교육 활동 이외의 과도한 행정업무'(62.8%)를 뽑았으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90.7%의 교사가 행정업무의 양이 많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과도한 업무 부담으로 인해 교육 활동에 교사가 전념할 수 없게 된다면, 이 또한 심각한 교권침해이며 교육의 질을 떨어지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일본은 교사의 주당 행정업무 시간이 우리나라보다 많은 유일한 나라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교사들의 업무 경감을 위해 2019년 '새로운 시대 교육을 위한 지속가능한 학교지도·운영체제 구축 학교방식 개혁에 관한 종합방안'을 발표했고, 이를 통해 교사의 탄력적인 근무 시간을 보장하는 한편 교사가 담당하지 않아야 하는 업무, 담당하지 않아도 되는 업무, 그리고 경감이 가능한 업무 등을 구분해 제시했다. 싱가포르는 교사의 행정업무 부담이 OECD 평균보다 많은 것으로 보고되는 나라 중 하나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5년부터 교육부 산하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교육실무사와 교내 행정전담팀을 배치해 교사의 업무 부담 경감을 위한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1981년의 '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원 잡무경감에 관한 대책'을 비롯해 1997년 '교원 잡무 경감대책'과 2006년 '학교 교무행정지원인력 시범배치', 2017년 '교원행정업무 경감 개선 방안'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최근에는 학교업무의 재구조화 추진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교사들은 업무 경감에 대해 거의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제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할 때다. 우선 교육부 차원에서 과거 사회적·정치적 이유 등으로 추가되었으나 현재 실태에 맞지 않거나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삭제, 또는 간소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기존의 행정업무가 폐기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반면 정권이 바뀌거나 교육적으로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행정업무가 추가되면서, 업무의 총량이 증가하기만 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교육부의 과감한 결단이 요구된다.
최신의 기술 접목을 통한 업무 자동화 추진도 계속되어야 한다. 얼마 전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계약제 교원 및 기간제 근로자 채용업무를 자동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시범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AI를 비롯한 기술발전에 따라 다양한 업무의 자동화가 가능해지고 있다. 반드시 교사가 직접 진행해야 할 업무 이외에 자동화가 가능한 업무를 파악,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또한 교사 혼자가 아닌 학부모와 지역민 등 모두가 함께 학생들을 가르치고 보살핀다는 의식의 형성이 필요하다. 현재 학교 내, 심지어 학교 밖에서도 학생에 관련된 많은 부분을 교사의 책임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교사를 비롯한 지역민 모두가 함께 학생에게 관심을 가지고 교육에 참여할 때 다양한 학습 경험의 제공과 효과적인 세계시민의식의 함양 등 더욱 효과적인 교육이 가능해진다.
순자는 목불양시이명(目不兩視而明)이라 했다. 두 눈이 따로따로 보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밝게 볼 수 있다는 말로서, 오로지 하나에 전념할 때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교사 또한 교육이라는 본질에 전념할 때 그제야 교육의 발전과 질적 제고가 이루어질 수 있다. '가르칠 권리'로서의 교권 보장이 시급하다.
집필: 김정겸(충남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2022-10-26
출처: 대전일보 http://www.daejon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2029945